재일동포 소프라노 전월선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재일동포 소프라노로 한국과 일본, 북한을 오가며 활동하는 전월선(田月仙.46)씨가 내년 한일 수교 4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음반 '한일가곡집'을 준비중이다.

올 하반기 녹음에 들어가 내년 초 양국에서 동시발매될 이 음반은 일본문화 개방조처 이후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일본 가곡집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음반 제작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2박3일의 짧은 일정으로 잠시 고국에들른 그와 대화를 나누었다.

"제가 데뷔한 지도 이제 벌써 20년이 됐어요. 일본측에서 데뷔 20주년 기념 음반을 만들자는 제의가 있었는데, 마침 내년이 한일 수교 4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있는 음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음반에 들어갈 수록곡들도 대략 머릿속에 짜놓았다. 우리 나라와 일본의 대표적인 가곡, 재미교포 작곡가 노광욱씨가 지은 곡으로 전씨가 즐겨 부르는 '고려산천내사랑', 북한 가곡까지 15곡 정도를 담을 생각이다.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추기 위해 이중 홍난파 작곡 '고향의 봄' 등 몇몇 곡은 이미 편곡 작업까지 마친 상태다.

"일본에서 공연을 할 때면 꼭 한국 가곡을 몇 곡씩은 부릅니다. 일본인들이 그걸 듣고는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가 있었느냐'며 감탄하곤 해요. 음반엔 한일 양국민, 또 해외에 있는 교포 누구나 들어도 한 형제임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곡들을 담으려고 합니다"

전씨는 경남 진주에서 학도병으로 일본에 끌려온 아버지와 동향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유일의 재일 코리안 성악가로 위치를 굳힌 인물이다.

조총련계 학교를 다니며 북한 국적을 갖고 있다가 1994년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후에는 오페라 '춘향전' '카르멘' 등의 작품으로 국내 무대에도 여러 차례 선 적이있다.

앞서 1985년엔 평양축전에 초청받아 고 김일성 주석 앞에서 노래하기도 했으며,2002년 한일 월드컵 폐막식 땐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주최한 김대중 전 대통령환영만찬에서도 '아리랑'을 불렀다.

한국인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지난 세월. 그는 "세상 참 많이변했다"며 감회에 젖었다.

"20년 전만 해도 저처럼 한국 본명을 유지한 채 활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 때문에 차별도 많이 받았구요. 정말 고독한 길이었는데 이제 양국이 이렇게자유롭게 오가고 서로의 문화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되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최근에는 일본 공영방송 NHK가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해협을 넘나드는 가희(歌姬)-재일 코리안 성악가의 20년'을 방영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재일동포 예술인의 삶을 한일 과거사적 배경에 비춰 조명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10일 첫 방송을 탄 후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재방영까지 되는 등 반향을 일으켰다.

14일에는 러시아로 출국해 일주일 정도 사할린, 연해주, 모스크바 등을 돌며 한러 수교 120주년 기념 음악회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내년엔 음반뿐 아니라 공연을 통해서도 일본에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더 많이할 계획입니다. 양국이 지내온 지난 40년의 세월을 음악으로 되돌아보는 공연을 구상중이예요. 또 일본인 성악가들을 한국에 데려와 꼭 한 무대에 서보고 싶습니다" < 사진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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